1. 충격적인 진실, 구미 여아 바꿔치기 사건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살짜리 여아(이하 '이 사건 여아'라고 합니다)가 반미라 사체 상태로 발견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이 알려질 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은 친모의 아동학대 및 방치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인 줄 알았지요. 그러나 충격적인 반전 사실이 알려지게 됩니다. 수사기관의 의뢰로 실시된 유전자 검사결과, 친모로 알려진 사람은 사망한 여아의 친언니이고, 외할머니로 알려진 사람(이하 '석 씨'라고 합니다)이 사망한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이지요.
즉, 석 씨는, [자신이 낳은 이 사건 여아]를 [자신의 둘째 딸이 낳은 여아(석 씨 입장에서는 손녀 ; 이하 '피해자인 여아'라고 합니다)]와 바꿔치기 한 것입니다.
2. 이 사건 여아를 자신이 출산하였다는 점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는 석 씨
그런데 (기소 전) 피의자였던 석 씨는 완강하게, '자신은 이 사건 여아를 출산한 사실이 없다'라고 계속 주장합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 사건 여아의 친모는 석 씨라고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석 씨가 너무나도 완강하게 출산 사실을 부인하니, 저 역시, 석 씨의 주장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석 씨의 출산 여부에 대해,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심도 있게 다룬 적이 있습니다. 위 프로그램을 보면, 석 씨가 이 사건 여아를 출산하였다는 여러 정황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석 씨가 이 사건 여아를 어디서 출산하였는지, 출산 후 이 사건 여아를 어디에서 어떻게 보살폈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3. 피고인 석 씨, 징역 8년 선고
석 씨는, 자신의 둘째 딸이 출산한 피해자인 여아(석 씨 입장에서는 손녀)를 약취한 행위(미성년자 약취)와 자신이 낳은 이 사건 여아의 사체를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친 행위(사체은닉미수)에 대해 기소되었습니다. 그리고 1심 법원은 2021. 8. 17.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미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 석 씨에게 징역 8년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1심 판결에 대해 (저를 포함하여)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지요. 1심 판결 선고를 보니, 저는 1심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 또 궁금해졌습니다.
4. 이 사건의 세 가지 쟁점 사항
이 사건의 쟁점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 피고인 석 씨가 이 사건 여아의 친모인지 여부, ② 검찰이 주장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이 사건 여아와 피해자인 여아가 바꿔치기 되었는지 여부, ③ 위 바꿔치기가 피고인 석 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첫 번째 쟁점인 '① 피고인 석 씨가 이 사건 여아의 친모인지 여부(이하, '이 사건 쟁점①'이라 하겠습니다)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나머지 쟁점에 대하여는 추후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5. 인정된 사실관계 정리
먼저, 1심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이 사건 쟁점①에 대한 판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인정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0 피고인 석 씨는 1995년경 K와 혼인신고를 하여 현재까지 법적 부부관계에 있고, K와 사이에서 1996년경 첫째 딸 A를, 1999년경 둘째 딸 B를 각 출산하여 출생신고를 마쳤습니다(피고인 석 씨는 현재, 임신이 가능한 상태에 있습니다).
0 둘째 딸 B는 H와 교제를 하였고, 2017년경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B는 2018. 3. 30. 12:56경 P 산부인과의원(이하 '이 사건 산부인과'라고 합니다)에서 3.485kg의 피해자인 여아를 출산한 후, 2018. 4. 8.까지 이 사건 산부인과에 입원하였습니다.
0 둘째 딸 B는 2018. 4. 8. 이 사건 산부인과에서 퇴원하면서, 데리고 간 피해자인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것으로 인식하고, 2018. 4. 10. 출생신고를 하였습니다.
0 B는 퇴원 후 산후조리를 위하여 피고인 석 씨가 거주하던 000빌 000호에서 생활하였고, 2019. 1. 25.경 위 000호의 위층인 @@@호로 이사하여 이 사건 여아(피고인 석 씨가 출산한 여아)를 양육하였습니다.
0 B는 2020. 8. 10.경부터 이 사건 여아를 홀로 @@@호에 머물게 함으로써 2020. 8. 중순경 어느 시점에 고도의 탈수 및 기아를 원인으로 이 사건 여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6. 피고인 석 씨가 이 사건 여아의 친모라는 점에 대한 판단 근거 - ① 친자관계 확인을 위한 유전자검사 결과
1심 법원은, 피고인 석 씨가 이 사건 여아의 친모라는 점에 대해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강력한 근거이지요. 바로, 유전자검사 결과입니다. 4군데의 유전자검사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감정에서, B(피고인 석 씨의 둘째 딸)가 아닌 피고인 석 씨가 이 사건 여아의 친모라는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유전자검사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여아를 살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B(석 씨의 둘째 딸)가 구속된 후, 수사기관은 이 사건 여아의 친자관계 확인을 위하여 B, H(B와 교제한 자)의 타액을 채취하여, 2021. 2. 16.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라고 합니다)에 유전자검사 방법에 의한 친생자 확인 감정을 의뢰하였습니다. 국과수는 'B와 H가 이 사건 여아의 친부모가 아니고, 이 사건 여아와 B는 동일모계 관계로 확인된다'라는 감정결과를 통지하였습니다.
이에, 수사기관은, 피고인 석 씨, K(석 씨의 법률상 배우자), A(석 씨의 첫째 딸)의 타액을 채취하여 국과수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검사 방법에 의한 친생자 확인 감정을 의뢰하였고, 위 연구소는, '이 사건 여아의 DNA형은 피고인 석 씨의 DNA형과 99.9999% 이상의 확률로 친자관계가 성립하나, B(석 씨의 둘째 딸), H(B와 교제한 자), K(석 씨의 법률상 배우자), A(석 씨의 첫째 딸)의 DNA 형과는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감정결과를 회신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감정결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석 씨는 이 사건 여아의 출산 사실을 극구 부인하였습니다.
그러자 수사기관은 석 씨에게, 포장된 새 제품의 손톱깎이를 제공하여 석 씨가 직접 자신의 손톱을 깎아 밀봉 봉투에 동봉하도록 하였고, 모발 또한 석 씨가 직접 뽑아서 밀봉 봉투에 동봉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경찰관이 석 씨의 구강 상피세포를 직접 채취하였고, 우와 같이 유전자검사 시료를 확보하는 전 과정과 이를 국과수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인계하는 과정을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확보된 시료에 대한 친생자 확인 감정의뢰에 대하여 위 연구소는, '이 사건 여아는 피고인 석 씨와 99.9999% 이상의 확률로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감정결과를 회신하였습니다.
그 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청이 의뢰하여 대검찰청 디엔에이·화학분석과에서 실시한 감정결과에서도, '피고인 석 씨와 이 사건 여아의 친모일 확률은 99.9999998%, B와 이 사건 여아는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정되었습니다.
이 사건 재판에서, 키메리즘(Chimerism)에 대해서도 쟁점이 되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키메리즘은 한 사람의 몸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세포를 가지는 현상을 의미하고, 키메리즘은 가진 사람은 조직에 따라 서로 다른 DNA형이 혼합되어 있는 것처럼 관찰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키메리즘은 실제 친자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친자가 아닌 것처럼 판정되는 경우는 설명할 수 있어도, 친자관계가 아닌 자가 우연하게 친자로 오인되는 경우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또한 키메리즘에 의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피고인의 손톱, 모발, 구강과 이 사건 여아의 대퇴골, 치아, 갈비연골에서 각각 시료를 채취하여 유전자검사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7. 피고인 석 씨가 이 사건 여아의 친모라는 점에 대한 판단 근거 - ② 혈액형 검사
두번 째 근거는 혈액형검사 결과입니다. 즉, 혈액형검사 결과에 의할 때, B(석 씨의 둘째 딸)와 이 사건 여아 사이에서 친자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희박한 반면에, 피고인 석 씨와 이 사건 여아 사이에서는 친자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혈액형검사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 석 씨의 혈액형은 B형(BO type), K(석 씨의 법률상 배우자)의 혈액형은 AB형(AB type), B(석 씨의 둘째 딸)의 혈액형은 B형(BB type), H(B와 교제한 자)의 혈액형은 AB형(AB type), 이 사건 여아의 혈액형은 A형(AO type)으로 판정되었습니다.
ABO식 혈액형에 따른 유전법칙을 중학교 생물시간 때 배웠던 거 같습니다. 위 유전법칙에 따르면, B(BB type ; 석 씨의 둘째 딸)는 H(AB type ; B와 교제한 자) 또는 제3의 남성과 사이에서, 이 사건 여아의 혈액형과 같은 A형(AO type)의 친모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석 씨(BO type)는 AB형(AB type) 또는 A형(AA, AO type)과 만나면 A형(AO type)의 친모가 될 수 있지요.
8. 피고인 석 씨가 이 사건 여아의 친모라는 점에 대한 판단 근거 - ③ 이 사건 여아가 출생할 무렵인 2018. 3.경 피고인 석 씨가 출산을 하였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
1심 법원은, B(피고인 석 씨의 둘째 딸)가 2018. 3. 30. 출산을 하고, 2020. 8. 10. 이 사건 여아를 홀로 방치할 때까지 약 2년 5개월 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이 사건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자녀로 인식하고 양육해 온 것으로 볼 때, 이 사건 여아는 B의 출산일 무렵에 출생한 아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여아가 출생할 무렵인 2018. 3.경, 피고인 석 씨가 출산을 하였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여럿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중 주요 정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피고인 석 씨가 2018. 2.경 1개월간 직장을 그만둔 사실
피고인 석 씨가 근무했던 K업체의 근태현황표 및 피고인과 K(석 씨의 법률상 배우자), A(석 씨의 첫째 딸), B(석 씨의 둘째 딸)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 증거자료를 종합해 볼 때, 1심 법원은, 피고인 석 씨가 K업체에서 2017. 8. 30.부터 2018. 1. 27.까지 근무 후 퇴사하였고, 2018. 1. 28.부터 2018. 2. 25.까지는 일을 하지 않다가 2018. 2. 26. 재입사하여 2019. 2. 28.까지 근무하였다고 보았습니다.
K업체 측 직원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2018. 1.경 정확한 사유를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겠다고 하여 근무기간이 1년도 안된 상태라 퇴직금도 지급되지 않으니 조금만 더 근무하라고 만류하였으나 끝내 퇴사를 하겠다고 하여 퇴사처리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을 하였는데, 이는 피고인 석 씨에게 그 당시 퇴사를 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법원은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피고인 석 씨가 위와 같이 직장을 그만둔 기간에 질병 등의 이유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건강상의 문제로 퇴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석 씨 가족의 경제적 형편상 특별한 이유 없이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피고인 석 씨가 근무하였던 K업체에서는 2일 연속으로 연차를 사용할 수 없었고, 석 씨도 직장을 다니다 첫째 딸을 임신하였을 때 일을 잠깐 그만두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 석 씨가 2018. 2.경 임신 또는 출산 준비를 이유로 직장에서 퇴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보았습니다.
나. 유튜브에서 출산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기록
피고인 석 씨는 2017. 12.경 B(석 씨의 둘째 딸)의 임신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의 피고인 석 씨 명의 계정에서 2017. 9. 24., 2017. 10. 12., 2017. 11. 11., 2018. 1. 9. 출산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위 시청한 기록의 시기상 B의 임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인 석 씨가 2018. 3.경 출산 예정이었다면 임신 사실을 알았을 무렵에 출산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지요(피고인 석 씨는 위와 같이 동영상 시청 기록이 남은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 생리대 구매내역
피고인 석 씨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옥션을 통하여, 2017. 7. 1.까지 생리대를 구매하였는데, 그 후 2017. 8. 21. 다시 생리대를 구매할 때까지 생리대 구매내역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석 씨는 수사기관에서, '그 중간에 1년간은 주거지 인근의 더블할인마트나 이마트에서 생리대를 구매한 것 같다'는 취지로 답하였으나, 법원은, 온라인을 통하여 생리대를 구매하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위와 같은 기간에만 오프라인에서 생리대를 구매하였다는 석 씨의 주장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피고인 석 씨가 2018. 4. 3.부터 2021. 2. 9.까지 이마트에서 생리대를 구매한 내역과, 더블할인마트가 폐점된 후 같은 자리에 생긴 팜마트에서 2019. 1.경부터 2021. 3.경까지 생리대를 구매한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온라인에서 생리대를 구매하다가 잠시 오프라인에서 생리대를 구매하는 일은 임신과 무관하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오프라인 구매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기간이 검찰에서 피고인 석 씨가 임신을 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간과 거의 맞물려 있어, 피고인 석 씨의 임신사실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이 될 수 있다고 법원은 본 것이지요.
9. 소 결 - 이 사건 여아의 친모는 피고인 석 씨이다
법원은, 이상과 같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여아는 피고인 석 씨와 친자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여러가지 근거들을 제시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유전자검사 결과가 반박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지요.
나머지 두 가지 쟁점(② 검찰이 주장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이 사건 여아와 피해자인 여아가 바꿔치기 되었는지 여부, ③ 위 바꿔치기가 피고인 석 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다음 포스팅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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